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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최고의 충신

5# 어떤 행운

바릭스는 아무 인장도 그려지지 않은 망토를 걸치고 거미의 본거지에 내려섰다. 심판의 인장을 두르고 뒤엉킨 해안에 들어서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거미의 축복을 받아 지난다고 해도 최소 두 번은 붙잡혀 팔다리가 해체될 것이다.

거미 궁전에서 쾌락주의적인 소리가 들려 왔다. 승리의 외침과 패배의 절규를 듣자 엘릭스니 동족 최악 무리가 떠올랐다. 동포들의 타고난 과시욕은 보석과 장신구를 건 도박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바릭스는 허리를 낮게 숙이고 군중 속을 찾아 헤맸다. 또 반달이었다. 구석에서 잘못 볼 수 없는 무리가 보였다. 바릭스가 도시 밖에서 보았던, 헌터 선봉대를 둘러싸고 있었던 무리였다.

바릭스는 구경꾼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케이드 옆에 자리 잡았다. 케이드는 그를 알아본 게 틀림없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릭스도 침묵한 채 케이드가 거미의 경호원 한 명에게 미광체 수천 과 보조 무기를 따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케이드는 오른손으로 칼을 돌리더니 들으라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얘기할 거면 나한테 술 한 잔 사 주고 하자."

그들은 방 끄트머리에서 조용한 자리를 찾았다. 케이드는 부스에 등을 기대앉아 기다렸다.

"당신은 리프에 봉사하지요?" 바릭스는 자신의 독특한 목소리를 낮추려고 애쓰며 말했다. 지금 합성 음성이 오작동해서 방 안을 쩌렁쩌렁 울리면 얼마나 창피할까. "남작을 잡고. 범죄자도 잡고. 각성자와 페트라를 위해서요."

케이드는 빈 유리잔을 테이블 위에 탁 소리 나게 엎었다. 눈빛이 강렬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엑소가 이렇게 풍부한 표정을 만들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본론을 말해, 바릭스.""

"피크룰. 마지막 경멸의 남작. 놈이 살아 있습니다."

케이드는 두 번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공기 중을 떠다니던 전기 입자가 뿔에 부딪쳐 잘려나갔다. "놈은 죽었어. 확실해. 여기에 뜨거운 걸 한 방 먹여 줬다고." 케이드가 바릭스의 가슴 한가운데를 찌르며 말했다.

"지구에서 봤습니다. 나도 아는 게 있습니다. 정보가 있습니다. 당신도 알겠죠? 엘릭스니만의 방법이 있습니다. 미스락스처럼, 타닉스처럼." 그 이름을 내뱉자마자 바릭스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내 앞에선 두 번 다시 타닉스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마. 알았어? 그땐 나머지 진짜 두 개 팔도 없애 주지. 얘기는 끝났다. 네 녀석은 악재야. 난 간다." 케이드가 일어나 자리를 뜨려고 했다. 바릭스는 기계 손을 뻗어 케이드를 붙잡았다.

"미안합니다. 내 접근이 나빴습니다. 부탁이니 들어 주십시오."

케이드는 팔을 뿌리치고는 자리에 앉지 않은 채 몰락자를 내려다보았다.

바릭스는 똑바로 몸을 일으키고 말했다. "자발라한테 데려가 주십시오." 바릭스의 입에서 타이탄 선봉대의 이름이 더듬더듬 흘러나왔다. "나한테 정보가 있습니다. 내 얘기에 관심이 있을 겁니다. 당신이 날 데려가야 합니다."

케이드는 눈을 깜박였다. "나더러 널 도시에 데려가 달라고? 꿈 깨시지. 백만 년이 지나도…"

바릭스는 쿵 소리를 내며 망토에 숨기고 있던 손대포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밋밋한 갈색으로, 윗부분에 털이 나 있고, 에테르 기술식 방아쇠에 입마개로 조립된 물건이었다. 케이드가 놀라 눈썹을 치켰다.

"신뢰의 증표입니다. 리프의 기념품이죠. 업그레이드되어 있고. 치명적인 놈이죠."

헌터 선봉대는 흥분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이거, 음. 이게 마지막 물건이야? 이런 물건을 본 지가…"

"거의 그렇습니다. 많이 안 남았습니다." 바릭스의 음성은 침착하고 차분했다.

손대포를 탁자에서 낚아챈 케이드는 가늠장치를 확인해 본 다음, 손으로 몇 번 돌리며 무게를 느껴 보았다. 끙 소리를 내며 만족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역시 악재라니까. 가자. 태워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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