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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WISH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9# 마지막 속삭임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허공에서 이곳으로, 내 삶에서 그대의 삶으로 이어진 여정. 이 모든 것은 요르로부터 시작되었으나, 이제 이 여정은 그대의 것이다. 나는 누구에게도, 심지어 테벤에게도 이걸 말하지 않았다. 내가 속삭임을 처음 들은 것은 요르의 글을 찾은 요르의 배 안에서가 아니었다. 그의 길을 따라 가시의 더럽혀진 복제품을 되살렸을 때도 아니었다. 첫 속삭임을 들은 것은 계곡에서, 그의 시체 옆에 서 있을 때였다. 태양에 달궈진 탄약을 축 처진 채 움직이지 않는 그의 몸에 두 차례 박아 넣기 직전, 증오와 악의로 가득찬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 후 그 말은 매일 밤낮으로 내게 들렸다. 간단하고 나직한 말이었다. 바로…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다." 나는 오랫동안 그것이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그..
8# 긴 작별 유언이 그대의 손에 들어갔을 때 나는 내 몫을 다했다 말했지만, 대부분의 것이 그렇듯 그 편지도 시험이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그대를 이끌고 자신감을 주었지만, 그대가 나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도 배운 것을 실천에 옮기는지 확인해야 했다. 물론 선봉대와 그대의 옛 동료들, 그리고 새 동료들이 도움을 주었지만, 그대는 언제나처럼 스스로 길을 만들고, 스스로에게 진실하고,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끝없는 파도에 강하게 맞섰다. 그대의 일관된 영웅적 면모, 그리고 끝없이 진화하는 시련에 기량과 적극성을 발휘해 맞서는 능력을 보고, 나는 그대를 신뢰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대에게 나의 여정, 그림자, 우리의 목적, 우리의 죄에 관한 진실을 알려준 것이다. 그대가 "유언"의 고결한 양기에 대비되는 음기를 지닌 "가시"를..
7# 피어나는 광명 "장미"는 원래 당대의 다른 무기에 비해 그리 특별할 것이 없었다. 발사 속도가 더 빠르지도, 위력이 더 강하지도 않았다. 그 무기의 힘은 그것을 쥔 자에게서 나왔다. 아지르는 드물게 파괴의 재능을 타고난 강력한 수호자였다. 그리고 그 훨씬 옛날의 전설과 마찬가지로 그의 행적과 태도, 무기와 여정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 때가 되면 그대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가 자신의 유산을 곱씹어 본 적이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솔직히 그는 다른 존재가 되기 전까지, 즉 요르가 되기 전까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괴물로 변해간다는 사실을 그가 알고 있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 뒤틀리고 어둡고 끔찍한 모습 속에서도 스스로를 여전히 고귀한 전사로, 무너져 ..
6# 솎아내기 베일: 때가 되었군. 캘럼: 난 준비됐어. 베일: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이야. 캘럼: 그래, 그런 조건이었지. 베일: 아무 후회 없이 갈 수 있겠어? 캘럼: 우린 어리석은 자들을 자극하고 덫을 놓았어. 내가 최후를 맞음으로써 어둠에 타락할 자들을 미리 솎아낼 수 있다면, 기꺼이 그 끝을 맞이할 거야. 베일: 가장 용감한 말이군. 캘럼: 파올라는? 베일: 너의 고스트도 너만큼이나 잘 이해하고 있어. 파올라는 이제 안전해. 새 의체를 받아 베인과 함께 있어… 슬프지만… 우리가 무엇을 하려는지도 알아. 캘럼: 이건 누구의 고스트였지? 베일: 알 수 없어. 네 사역마의 송장을 두른 시체지. 넌 그냥 맡은 역할에 충실해. 네가 그걸 찌르고 나서 떠나면, 내가 오디오를 심어서 널 순교자로 만들고 난 악당으로 만..
5# 그들을 인도하는 새로운 전설 이런 상황에서 그대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겠는가? 그대가 맡은 일의 중대성을 알겠는가? 붉은 전쟁의 영웅. 경멸자 남작의 판사, 배심원, 그리고 사형집행인. 그대의 전설은 그대가 부활한 후부터 점점 커지기만 했다. 그대는 수많은 시련을 마주했고 수많은 장애물을 넘었다. 이제 우리가 어떤 위협에도 맞설 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그대가 모든 수호자, 전사, 두려움에 떠는 자, 희망을 품은 자, 그리고 망가진 자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빛과 어둠의 주인이 될 의지와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림자에 몸을 맡기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리는 그림자를 우리의 뜻대로 통제해야 한다. 빛으로 어둠을 밝혀 그들의 질병을 씻되, 그 힘은 남겨야 한다. 그들이 꿈틀대고 식식거리며 우리의 결..
4# 가장 어두운 그림자 베일: 봤나? 베인: 캘럼? 베일: 그래, 그는 어둠에 물든 이름을 버리고 우리의 약점을 설파하고 있어. 우리에게 겁쟁이라는 오명을 씌우고 있다고. 베인: 그자는 타고난 설교자야. 그의 일그러진 교리에 혹하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늘어나고 있어. 베일: 내가 바랐던 것 이상이군. 베인: 드레젠의 칭호를 "쟁취하기" 위해 싸웠던 많은 이들이, 고작 자신의 분노와 공포를 자극하는 말 앞에서 그 칭호를 내던지는군. 베일: 그게 의외야? 베인: 천만에. 실망이라면 실망일까. 하지만 증오를 부추기는 자에게 놀아날 만큼 무지한 자들이 그렇게 쉽게 부화뇌동하는 게 의외냐고? 전혀. 어차피 그게 우리의 의도 아냐? 캘럼이 이 짐을 짊어진 것이 이것 때문 아니었냐고? 베일: 그래. 분열은 점점 가시화되고 있어. 우리의 수가..
3# 기만자의 함정 갬빗은 여러 모로 성공을 거두었다. 알고 보니 방랑자의 게임에 참가한 수호자들은 중한 사실을 증명하는 기니피그였으니, 바로 우리를 유혹하는 어두운 힘의 그림자가 본질적으로 악하지는 않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미지의 세계를 우리 뜻대로 좌우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일 뿐이며, 점점 더 거세지는 멸종의 위협을 막기 위해 우리가 철저히 익혀야 할 놀라운 능력일 뿐이다. 아지르는 이를 알고 있었다. 오래전 그 누구보다도 먼저 아지르는 우리 앞에 높인 길을 보았으나, 단지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는 용기와 힘에 눈이 멀어 자신이 걷는 길의 위험을 보지 못했다. 그 길을 이제 우리가 걷는다. 그러나 그와 달리 우리는 아지르의 과오를 길잡이로 삼았다. 우리는 그의 실수를 보고 배울 수 있고, 또 배웠다. ..
2# 캘럼 솔을 위한 비가와 캘럼의 후렴 캘럼 솔을 위한 비가 컬: 확실한가? 베일: 이보다 더 확실했던 적이 없지. 컬: 계획을 의심하는 게 아니야. 다만… 성공할까? 베일: 유혹은 더욱 강해져야 해. 어두운 상상으로 미끼를 놓았지만, 빛의 뒤에 숨은 자들의 악의를 진정으로 가늠하려면 그들의 가장 어두운 욕망을 실현할 길을 분명히 열어줘야 한다고. 컬: 그러면 방향을 바꾸는 자들은? 내 미친 전쟁에 동참하는 자들은? 베일: 도태시켜야겠지. 컬: 솎아내겠다는 건가. 베일: 소수의 약자를 버림으로써 전체가 더 강해질 수 있어. 컬: 생각보다 더 많은 자들이 동참한다면? 그런 악랄한 메시지가 우리 모두의 두려움을 자극한다면 어떡하지? 궁지에 몰린 사람들 사이에서는 증오가 순식간에 싹틀 수 있어. 베일: 우리는 사람들을 심판하려는 게 아니야. 그들을..
1# 영원한 사슬과 다른 존재의 보상 그대는 "유언"을 손에 넣었다. 질병을 복제했다. 스스로를 몇 번이나 증명했지만 아직 또 하나의 시련이 남아 있다. 그것은 결코 마지막은 아니다. 그대의 전설을 과거의 전설과 이어줄 이야기의 한 토막일 뿐. 레질은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했다. 요르는 황무지에 고통과 절망이라는 거름을 뿌려, 새로운 희망을 싹틔우려 했다. 내가 그 희망이었다. 나의 불길은 속삭임이 고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너무 많은 전설과 가르침이 거기에서 끝난다. 그것들은 틀렸다. 위험할 만치 틀린 것이었다. 요르의, 그리고 나아가 레질의 진정한 가르침은 힘으로 힘을 꺾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가르침은 훨씬 더 미묘하고, 무한히 위대했다. 역경은 필시 진화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호된 시련의 장에서 우리는 새로 벼려진..
"제가 그림자를 드리울 차례인가요?" 황금으로 만든 방에서 갈란이 황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 방 안의 모든 표면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어서 눈이 멀 지경이었다. "여기는 어딘가요?" 그가 물었다. "많은 일이 일어나는 곳이지." 칼루스가 손에 뺨을 괴며 대답했다. "이 방에 아크인이 머무르던 때도 있었다. 그녀는 아크인 종족의 성간 연결체를 떠난 첫 아크인이었지. 전투의 시험에서 발루스 노르가 방패를 획득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역사가 만들어졌다." "제가 그림자를 드리울 차례인가요?" "그래. 넌 슬픔 운반자가 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짐은 군체 사령관이 필요하다. 그건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지. 그래서 너를 만들었다." "의회 말로는 군체를 통제할 수 없다고 합니다. 걱정을 하더군요." 칼루스가 눈썹을 추켜..
기갑단 "황실군" 주파수 교신 유형: 올빼미 구역 도청 내용 //기갑단 "황실군" 주파수 교신 //오디오 사용 불가// 그들은 스스로 헌터라고 부른다. 정찰병이지. 자신의 종족이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 더 오래되고 더 고결한 종족으로부터 필요한 걸 받아내는 생존자다. 그들은 스스로 타이탄이라고 부른다. 군인이지. 자신의 도시가 하루 더 버틸 수 있도록 인류의 적을 처치하는 살인자다. 그들은 스스로 워록이라고 부른다. 전쟁 철학자, 빛의 전령이지. 모든 희망이 사라졌을 때, 끝까지 의미를 찾는 학자다. 그들의 기계 신은 이미 오래전에 그들을 버렸다. 그들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들은, 그들 모두는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존재다. 그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것은 너희 황실군이 할 일이다. 너희는 그들을 만난 적이 있다. 너희는 그들..
9# 일지 IX 진정한 황제의 그림자 의원 매치의 정신 기록이다. 종말의 장소에서 안식하는 리바이어던을 타고 있다. 나의 잔을 채워 주신 선조들께 감사드린다. 내게 삶의 목적을 주신 황제께 감사드린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비밀이 없으니 일지에도 소흘해졌다. 나의 황제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나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오늘 기록을 남긴다. 칼루스가 손님으로 받은 한 수호자 무리가 앞다투어 요구를 늘어놓았다. 우주선을 하나 내놓아라, "어둠"을 정확히 설명해 달라, 여행자가 방문했던 별의 목록을 달라, 지구 방위를 목적으로 기갑단 제국과 협약을 맺고 싶다, 칼루스의 실체를 보고 싶다, 문제가 생긴 무기들을 고쳐 달라 따위의 요구였다. 칼루스는 수호자들을 총애한다. 황제가 높이 사는 것은 그들의 활력과 생기, 그리고 보상을 ..
8# 일지 VIII 성배의 사제 매치의 정신 기록이다. 나의 사원이 서 있는 리바이어던을 타고 있다. 오늘 나는 선조들이 황제의 배포를 알 수 있도록 Y자 모양 잔에 과거와 미래의 군주 칼루스 황제에 대한 칭송을 바친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그는 어디에서 죽음에 대비할지 결정했다. 리바이어던은 여행자가 기다리고 있는 먼 태양계로 항로를 돌렸다. 그의 그림자들은 이미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하고 가울을 죽이러 가는 중이다. 이 종말의 시간에 어찌 황제가 말해 달라고 요청한 비밀을 지키면서 배신자가 될 수 있겠는가? 나는 왕립 웅덩이에 몸을 담그고 있는 황제를 찾아갔다. 그의 대리인들은 황제의 옛 형체만큼이나 탐욕적이었기 때문이다. 동물 사이에 금기가 없듯이 이제 우리 사이에도 금기가 없었기에, 나 또한 옷을 벗고 황제가 발산하..
7# 일지 VII 진정한 황제의 그림자 의원 매치의 정신 기록이다. 기근의 현장을 지나가는 리바이어던을 타고 있다. 오늘 나는 선조들에게 다시는 금속이 부족하지 않도록 Y자 모양 잔에 리튬을 채웠다. 나의 생각과 의지를 모두 과거와 미래의 군주, 칼루스 황제께 바친다. 오랫동안 일을 하느라 바빠서 일지에 소홀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두운 은하계의 숲 안에서 불타고 헐벗은 공터를 지나고 있기에 생각할 짬이 생겼다. 그래서 황제가 다시 나를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가 제조하는 복제 로봇은 그의 모습을 묘하게 빼닮았다. 아니, 내가 기억하는 그를 닮았다고 해야 할까. 지금의 실제 황제는 내가 알던 황제의 모습과 전혀 다를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어쩌면 이제 입만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미소를 짓고, 웃음을 터트리며, 원하는 것이라..
6# 일지 VI 진정한 황제의 그림자 의원 매치의 정신 기록이다. 황제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리바이어던을 타고 있다. 오늘 나는 선조들이 상처에 감을 수 있도록 Y자 모양 잔에 붕대를 담았다. 나의 생각과 의지를 모두 과거와 미래의 군주, 칼루스 황제께 바친다. 우리는 클립스를 정복했다. 칼루스 황제가 통치했던 여러 종족, 황제가 우리의 위대한 문화에 받아들이고자 했던 여러 종족 중에서, 클립스는 황제가 매우 아끼는 종족이었다. 그런데 클립스가 귀환하는 황제를 미사일 포격으로 맞이하자, 황제는 끔찍이도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칼루스 황제는 비죽거리지도 성을 내지도 않았으며, 한밤중에 신호를 보내어 해명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나는 이것이 황제의 이해하기 힘든 새로운 철학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황제는 발루스 노르에게 ..
5# 일지 V 진정한 황제의 그림자 의원 매치의 정신 기록이다. 황제의 변덕에 따라 방랑하는 리바이어던을 타고 있다. 오늘 나는 선조들이 운을 점칠 수 있도록 Y자 모양 잔에 주사위를 담았다. 나의 생각과 의지를 모두 과거와 미래의 군주, 칼루스 황제께 바친다. 오늘 관측실에 있는데 황제가 내게 다가왔다. 본래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반쿠데타를 위해 황실군의 명단을 추리는 것이었으나, 실제로는 망가진 고대 항성 의체의 거울이 4억 킬로미터 아래의 파란 태양 속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구겨진 손수건 같다. 그것들은 아주 천천히 떨어지고 있으며, 그것을 만든 이들은 이미 영겁의 세월 전에 죽었다. 이곳 리바이어던에서는 모든 것이 새롭게 태어났다. 경비 회사 직원들은 방어구에 반짝반짝 ..
4# 일지 IV 매치의 정신 기록이다. 이곳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성배시여, 우리 모두를 받아서 구원해주소서. 아무것도 없다. 신은 신에게 응답한다! 칼루스의 영혼 속 공허가 소리를 쳤고, 답이 왔다. 우리를 기다리는 '그것'을 보고 리바이어던의 제어 장치가 고장을 일으켰고, 우리는 그곳을 향해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칼루스는 관측실 안에 틀어박혔다. 황제가 내보내는 메시지는 '그것'에 부딪혔다가, 그 참을 수 없는 힘에 의해 훼손되어 되돌아온다. 의원들이 모여 정신 융합으로 의견을 나누고 상황을 파악하려 하였으나, 행여나 성공할까 다들 두려워하고 있다. 우리는 아이처럼 더듬거리고, 융합은 흩어진다. 이곳은 우주의 가장자리인가? 우주에는 끝이 있을 수가 없다. 무한하게 뻗어 나간다. 하지만 무한함 안에 구멍이 있으면 그..
3# 일지 III 매치의 정신 기록이다. 바꾸지 못하는 항로를 받아들인 리바이어던을 타고 있다. 오늘 나는 선조들이 글자를 말릴 수 있도록 Y자 모양 잔에 뼛가루를 담았다. 나의 생각과 의지를 모두 과거와 군주, 칼루스 황제께 바친다. 리바이어던은 별도, 먼지도 없는 은하계의 공허 속을 가로질렀다. 천문학자들은 고대의 대격변으로 인하여 이곳에 있던 우주의 종양이 터졌다고 말한다. 나는 기압으로 인한 두통처럼, 혼의 부재를 느꼈다.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려 하는 듯했다. 우리는 모두 희망을 잃고 있다. 하지만 잃을 것이 남아있다면 아직 바닥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사이온에게는 유머 감각이 없다고 한다. 유머란 예상을 벗어나는 데서 비롯하는데, 우리는 천리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기야 그 천리안으로..
2# 일지 II 진정한 황제의 그림자 의원 매치의 정신 기록이다. 항로를 바꾸지 못하는 리바이어던을 타고 있다. 오늘 나는 선조들이 살결을 거칠게 만들 수 있도록 Y자 모양 잔에 담긴 소금을 부었다. 나의 생각과 의지를 모두 과거와 미래의 군주, 칼루스 황제께 바친다. 우리는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제국 변두리에서 공허를 차지하기 위해 함대가 격돌한다. 의회에서는 폭군 가울이 이 공허를 점유하여 침공의 충격을 완화하려 한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너무 얄궂지 아니한가? 이 적은 오로지 우리의 죽음을 원하는데, 우리는 허무하게 죽음으로써 그 원을 이루어주고 있다. 이는 칼루스 황제가 동족에게 베풀고자 했던 것의 정반대다. 심지어 새 기갑단의 우주선조차도 모두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 찬란한 칼루스의 함대와 달리, 그것들은 흉..
1# 일지 I 진정한 황제의 그림자 의원 매치의 정신 기록이다. 항로를 바꾸지 못하는 리바이어던을 타고 있다. 오늘 나는 선조들이 눈을 씻을 수 있도록 Y자 모양 잔에 담긴 물을 부었다. 나의 생각과 의지를 모두 과거와 미래의 군주, 칼루스 황제께 바친다. 잃어버린 제국의 외곽을 지나쳤다. 리바이어던은 괴성을 내며 빠르게 비행하하다가도 어떤 날은 정처없이 부유한다. 산산조각이 난 운항 제어 장치는 아직 수리하지 못했고, 리바이어던의 건조를 명했던 황제는 정신 융합으로 아무런 지식도 알려 주지 않는다. 하지만 한때 자신의 영토였던 곳을 벗어나자, 황제는 상황을 곰곰이 따져보는 모양이었다. 노발대발하지도 않고, 포도주를 쏟지도 않았다. 가울의 이름을 꺼내며 욕설을 퍼붓던 모습도 어언 1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황제의 생각이..
15# MCXLIII. MCXLIII, 근간. 위대한 칼루스 황제 저 짐은 세계의 끝에 홀로 서 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희망을 갖고 열렬히 기다렸던 어둠의 끝자락 너머를 바라보며, 짐이 참을성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물론 사라지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다려 온 축복과도 같은 종말을 인도하는 것이 너에게 하는 영원한 작별 인사가 될 것임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오랜 친구여. 짐과 넌 늘 연결되어 있었다. 운명의 끈이 우리를 단단히 휘감아 묶었고, 비록 느린 속도였지만 우린 끊임없이 가까워졌다. 이제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서로를 발견하기 이전에도 넌 짐의 삶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시간은 이리도 기이하고 뒤틀린 개념이기에, 이제야 짐은 짐의 과거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
14# MCXLII. MCXLII, 근간. 서기 이그졸트 기록 칼루스 황제가 우주의 끝에서 받은 우주의 계시에 대해 황제가 왕실 서기들에게 구술하였다. 황제의 설명은 실제로 현실이 되었고, 지금도 실현되는 중이다. 황제가 태양계를 해방시키고 1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말이다. 먼저 이 우주의 모든 행성에 어둠의 장막이 드리웠다. 사람들이 하늘을 올려다 보면 오직 밤밖에 볼 수 없었다. 자연적 또는 인공적 위치와 기후에 관계 없이 모든 행성이 차갑게 식었다. 이토록 기이한 현상과 적대적 기후에 휩싸인 모든 사람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부터 종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생명이 소실되었다. 다음으로 수많은 문명에 걸쳐 대규모 전쟁이 발발했다. 태생적으로 전쟁을 선호하는 문명이든 평화를 추구하는 문명이든..
13# MCXXXV. MCXXXV, 근간. 서기 샤각+ 기록 그렇게 위대한 칼루스 황제는 지구의 그림자와 함께 적들을 정복했다. 세계의 종말이라는 예리한 서슬을 회피하려는 투쟁이 끝나자, 이와 함께 엄청난 기쁨이 찾아왔다. 이 행성계 사람들은 마침내 상존하는 파멸의 그림자 속에서 숨 쉬고, 살고, 사랑할 수 있었다. 이제 왕실 와인이 황제의 친구들을 위해 자유로이 흘렀고, 미행성 네소스 또한 이 기쁜 날을 상징하는 영원한 불멸의 존재가 되어 황제의 탁자 위에 영원한 거처를 마련했다. 전쟁기계 라스푸틴이 파괴된 이후 지구의 그림자는 위대한 칼루스 황제의 힘과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기념비로 헬라스 분지를 재구축했다. 흉측한 "브레이테크 퓨처스케이프"는 파괴되고 그 자리에 향연의 사원이 생겨났으며, 그곳에서 행성계의 모든 이들이 위..
12# MCXXV. MCXXV, 근간. 서기 이그졸트 기록 위대한 칼루스 황제와 지구의 그림자가 이 행성계를 거의 정복했을 때, 리바이어던이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세차게 흔들렸다. 왕실 기계공은 우주선 내실에서 기이한 균열이 열렸고, 그곳으로부터 군체의 의식용 장작불이 내뿜는 매캐한 냄새가 흘러나왔다고 보고했다. [나는 사바툰이다. 내가 바로 죽음이다!] 이 균열을 통해 마녀 여왕 사바툰은 자신의 끔찍한 자식들을 위대한 함선 내부에 불러냈고, 우주선 통로를 딸깍거리고 달그락거리는 소리로 가득 채웠다. 리바이어던 승무원 중 대다수는 끔찍한 공포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이 겁쟁이가 자신만의 역사와 미래를 만들어 내는 동안 나는 기다리겠다. 이 메시지는 너희에게 보내는 내 선물이다.] 하지만 위대한 칼루스 황제는 우주의 끝에서 죽..
11# MCXX. MCXX, 근간. 서기 샤각 기록 그림자 부대를 집결시키고, 함대를 재구축하고, 태양계를 영속적인 거점으로 만든 후, 칼루스 황제와 그림자는 지구의 선봉대와 전쟁기계 라스푸틴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 행성들과 위성들에서 병력을 철수시키지 않으면 무력으로 대응하겠다." 하지만 우주의 끝에서 죽음을 목도한 칼루스 황제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들 허수아비와 전쟁기계는 죽음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칼루스 황제는 지혜롭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지구의 그림자에게 지구의 선봉대를 만나 협상하라고 지시했다. 지구의 그림자가 황제와 곧 다가올 종말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지구의 선봉대는 자기 세계의 분쟁에 너무나도 집착하는 나머지 도저히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전쟁을 선포했다..
10# MCXVII. MCXVII, 근간. 서기 이그졸트 기록 지구의 그림자는 엘릭스니와 각성자 중에서 소수이지만 막강한 동맹을 영입한 후, 종말을 인도하는 임무를 계속 수행하려면 새로운 그림자들이 제국의 과학 신전에서 사라진 지식 중 일부를 수복해야 한다고 황제에게 간청했다. 황제도 그 주장에 동의하고는 잠깐의 외도를 승인했다. 이하의 내용은 과학 신전 X의 수복 과정에 관해 기술하고 있다. 지구와 엘릭스니, 각성자의 그림자들은 칼루스 황제의 과학 신전 X가 자리잡은 얼음 행성에 도달했다. 아쉽지만 이 행성의 정확한 명칭은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소실되고 말았다. 이 행성은 가혹한 환경이 침입자와 도둑을 막아 주는 근본적인 방어선이 되어 주었기 때문에 황제가 수집한 값진 고대 지식의 보관소로 지정되었다. 과학 신전의 지식..
9# MCXII. MCXII, 근간. 서기 샤각 기록 위대한 황제가 그림자 중의 그림자에게 말했다. "어서 떠나 새로운 그림자 부대를 집결시켜라. 가장 아름답고, 가장 헌신적이고, 가장 유쾌하며, 가장 솜씨 좋은 자들만 선택하라. "너라면 그런 자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짐과 같은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니까. 우리는 비영구적인 존재의 한계 너머를 본다. 우리의 모든 맹세, 소망, 신실함은 언젠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광대한 무로 축소될 것이다. "이 행성계는 미천한 탐욕으로 병들어 있다. 인류는 적들을 향해 무의미한 전쟁을 선포한다. 마라 소프는 운명을 상대로 한 끝없는 분쟁으로 온 백성을 이끌었다. 엘릭스니는 도저히 다가설 수 없는 잃어버린 시대를 갈망한다. "그들의 무의미한 애착을 노출시켜라, 짐의 그림자여...
8# DCCCVII. DCCCVII, 근간. 서기 샤각 기록 수호자 종족의 영웅이 지구의 그림자가 되던 날, 위대한 황제는 장엄한 연회를 열어 축하했다. 최상품 왕실 와인이 토로바틀과 지구의 별미로 이루어진 풍족한 만찬과 함께 모두에게 지급되었다. 가벼운 전채 요리로 시작된 저녁 만찬은 리바이어던 극단의 공연으로 이어졌다. 이 공연에서는 가울이 패배하던 순간을 상상으로 재현했다. 지구의 그림자는 공연 내내 칼루스의 오른쪽에 앉아 있다가, 공연의 대단원에서 가울 역할을 맡은 배우 토르 트라칼이 거대한 불길과 찬란한 빛 속에서 죽어가는 순간 열띤 박수갈채를 보냈다. 공연이 끝나고 극단이 트라칼의 사체를 무대에서 끌어낼 때 두 번째 요리가 나왔고, 황제의 수석 시인이 그림자 중의 그림자를 기리는 시를 낭독하며 그들의 업적과 미덕을..
7# DCCLXXXIX. DLXXIX. 서기 이그졸트 기록 이하는 위대한 수호자 종족의 영웅에게 보내려 했던 편지로, 칼루스 황제의 구술을 받아 적은 것이다. "아, 빛의 자식이여! 너를 지켜보는 건 참으로 즐거운 일이로구나! "널 처음으로 이 리바이어던에 초대하고, 짐이 직접 만든 시험을 네가 통과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정말이지 놀랍도록 즐거운 시간이었다. 비록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추후에 확인한 바로는 그 시험이 네 재능에 유독 잘 맞았더구나. 짐이 필요로 하던 재능을 네가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흐뭇한 운명의 장난이었다. "짐의 로봇이 손에 들고 있는 컵을 네가 날려 버렸을 때. 아아, 수호자여… 짐의 가슴은 기대로 가득 찼다. "그리고 짐의 아름다운 함선이 두 번이나 침공 받았을 때! 처음엔 벡스 정신 아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