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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최고의 충신

12# 영혼의 속박

바릭스는 자신의 걸작품인 즉석 서비터 체인을 감탄스럽게 바라보았다. 이것이 있으면 미치광이 같았던 옛 친구의 비밀을 마침내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피크룰은 옛날이야기 대신 미래에 대한 이야기만 하려 했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 아니면 자신의 죽음의 경계에서 데려와 엘릭스니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내재된 파워를 각성시켜 준 각성자 "아버지"인 울드렌에 대한 이야기. 울드렌은 죽음도 초월하는 파워를 각성시켰다고 말이다. 백성들을 재창조하여, 그들을 버림받은 자들로 만든 빛과 어둠의 우주에서 번성하게 만들어 준 파워를.

바릭스도 그런 느낌을 잘 알고 있었다. 이곳 고대의 감옥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카타콤에서 엘릭스니를 재건하던 시절에 경험했던 느낌이었다. 나중에 이용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죄수를 자유롭게 찾아다니던 이 "직장"은 이제 그의 집이 되었다. 군체의 에메랄드빛 골수와 시체, 벡스의 분광 바이러스, 사이온 피박자 파장… 이런 여러 가지 비밀스러운 능력들을 축축한 감방 안에서 자유롭게 얻어내서, 정보망을 통해 더 많은 비밀과 교환하거나 각성자를 위한 무기로 강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피크룰의… 돌연변이… 에 대한 비밀만은 알아낼 수가 없었다. 피크룰이 파워를 소유하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파워의 증거가 온 바닥에 흩어져 있었지만 계속 실패만 거듭할 뿐이었다. 위층 독방동에 갇혀 있던 파괴된 보초병 서비터와 오그라든 드렉 수십 마리가 그의 "조수" 노릇을 하기 위해 동원되었다. 피크룰의 몸속에 있는 차갑고 비정상적인 액체가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백성들이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에테르처럼 전송하거나 복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바릭스는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리고 피크룰을 경기장으로 보내 케이드-6과 대결시켜서 경멸의 남작의 유산에 끝장을 내버리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릭스가 평소처럼 순찰을 돌던 중 울드렌이 갑자기 말을 걸어온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대공의 눈빛은 의외로 평온했다. 그가 토성의 고리 위로 사라지기 전에도 볼 수 없었던 또렷한 눈빛이었다. 그날 이후 바릭스는 울드렌을… 다시 보게 되었다.

체인도 마찬가지였다. 피크룰의 오염된 생혈을 기존의 에테르와 섞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었다. 이 서비터에는 바릭스가 비축해 둔 에테르가 70% 채워져 있었다. 이게 실패한다면… 바릭스가 모든 것을 걸어서 실패한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바릭스는 레버를 당겼다.

서비트 체인의 소음이 점점 커졌다. 하지만 바릭스에게 들리는 건 계속 메아리치는 울드렌의 사악한 질문뿐이었다. 진정한 충성심은 어디에 있는지 아나, 바릭스?

하지만 그것이 작동했더라면 피크룰을 치료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바릭스가 의심했던 게 사실이고, 피크룰의 오염이 대공의 고통과 연관된 것이었다면… 울드렌 역시 치료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바릭스는 페트라에게도 말하려 했지만 페트라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대공에겐 실험을 하면 안 돼."

"대공은 편찮으시다구. 각성자의 눈을 피해 대공을 여기 숨겨 놓는 건… 옳지 않아. 옳은 일이 아니라구."

"난 결정했어, 바릭스."

바릭스의 손가락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충신 페트라 님," 바릭스는 이죽거렸다. "카말라 리오르가 중얼거렸던 말이 사실인가 보네?"

페트라가 화난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울드렌은 내가 처리해. 넌 손끝 하나 댈 수 없어."

페트라는 휙 돌아서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그날 이후 바릭스는 페트라를 만나지 못했다.

서비터 체인과 개인적인 생각에 온통 시간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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