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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크로니콘

12# MCXXV.

MCXXV, 근간.
서기 이그졸트 기록


위대한 칼루스 황제와 지구의 그림자가 이 행성계를 거의 정복했을 때, 리바이어던이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세차게 흔들렸다. 왕실 기계공은 우주선 내실에서 기이한 균열이 열렸고, 그곳으로부터 군체의 의식용 장작불이 내뿜는 매캐한 냄새가 흘러나왔다고 보고했다. [나는 사바툰이다. 내가 바로 죽음이다!]

이 균열을 통해 마녀 여왕 사바툰은 자신의 끔찍한 자식들을 위대한 함선 내부에 불러냈고, 우주선 통로를 딸깍거리고 달그락거리는 소리로 가득 채웠다. 리바이어던 승무원 중 대다수는 끔찍한 공포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이 겁쟁이가 자신만의 역사와 미래를 만들어 내는 동안 나는 기다리겠다. 이 메시지는 너희에게 보내는 내 선물이다.]

하지만 위대한 칼루스 황제는 우주의 끝에서 죽음을 목도하였기에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들 마녀와 그 자손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황제는 웃으며 친애하는 지구의 그림자에게 말했다.

"이 저주받을 사바툰을 짐의 전당에서 제거하라. 저 마녀와 그 자손들에게는 아무 볼 일이 없다. 저들은 비극적인 굶주림에 너무나도 시달린 나머지 군체조차 희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을 뿐이다. 우리를 기다리는 위대한 지평선에서 저들을 소거하라. 종말이 닥쳐왔을 때 짐의 탁자에 저들이 앉을 곳은 없으니."

그렇게 지구의 그림자는 사바툰의 자손들을 박멸했다. 어미가 바닥을 기어 처음 나타났던 구멍으로 다시 돌아가려 하자, 지구의 그림자는 마녀를 왕좌까지 쫓아가 그곳에서 처치하고 최후의 죽음을 안겼다.^



^서기 샤각에게 전하는 주석: 우리의 위대한 황제께서는 미래의 윤곽을 매우 잘 인지하고 계셨으나 우리는 그 상세한 질감까지 추측할 수는 없다. 과학 신전을 비롯한 미지의 기술에 관해 섣불리 이렇게 포괄적이고 거창한 추측을 하는 건 삼가라. 그래야 이후 재작성 시의 노고를 줄일 수 있다. 이 역사가 현실화되거나 서기 샤각의 기록이 적절히 수정되면 이 각주는 삭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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